人魚


1. 진은 어떤 왕자? * 8 힘 역방향

질투심 가득, 자신감 부족,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야 해. 낮은 자존감을 자존심으로 애써 포장해서 아득바득 프라이드 있는 왕자로 살고 있어요. 의심이 많습니다. 항상 더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려 들어요. 그런 점이 칭송받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유일한 후계가 걱정이 너무 많아 보인다는 말이 가끔 돌아요. 과연 그게 걱정일지, 몇 수 앞을 내려다보는 중일 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 가까운 미래에 피흘린다는 비유를 하게 될 일이 생깁니다. 스트레스로 위염이 도진 건지, 과로하다 코피가 터진 걸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배신당했을 수도 있겠어요. 그런 사건 이후에 레제를 만납니다.

2. 레제는 어떤 인어? * 펜타클 5 역방향

고난 그득한 삶이었네요. 어려서부터 인간에게 부모를 잃고 사육당했습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과거가 보여요. 하지만 지금은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한층 안정적인 현재와 미래가 기다리고 있네요. 자주 상처나던 비늘도 나아지고, 아가미도 회복될 겁니다. 고난이 곧 끝나갈 거예요. 이런 새로운 국면이 레제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분고분 따르지만, 마음 속으로는 작은 변화에도 스트레스 받을 것 같거든요. 일단 레제는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긴 하나 말은 하지 못해요. 아직 그 정도로 발달하진 못했습니다. 암시장에서 비싸게 팔아먹으려고 가르치던 인간들이 하나 둘 죽어나가거나 도망쳤거든요.

3. 첫 만남은 어떻게? * 운명의 수레바퀴 10 정방향

이 카드는 선악, 그 둘의 변화를 상징해요. 모든 것은 맞물려 돌고 돕니다. 고난이 있으면 승리도 있는 법. 그 변화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진이 한껏 스트레스 받은 상태에서의 첫만남일 것 같아요.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일이 틀어지자, 신하들이 진의 마음을 풀어주려 전전긍긍하다 인어를 한 마리 들일 것 같습니다. 암시장에서 나돌던 인어인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레제예요. 힘든 과거를 겪던 둘이 처음 만나게 되는 건 왕궁 안의 커다란 수영장. 그 한 칸을 레제의 거처라고 줘 버립니다. 레제를 처음 본 진은 이렇게 말해요. "꼴이 웃기군." 그러고는 비웃습니다. 자신을 자조하는 걸지, 생각 짧은 신하들일지, 어쩌면 레제일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상태예요.

4. 진은 레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 컵 3 정방향

굉장히 호기심 많고 느른한 인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평소에는 바깥을 볼 기세로 헤엄치지만 하루 종일 수면에 둥둥 떠다닐 때도 있습니다. 갇힌 게 익숙한 건지, 자해 행동도 보이지 않아요. 진은 그런 레제가 거슬립니다. 마음이 쓰여요. 신하들이 멋대로 줘버린 선물이라 버릴 수도 없습니다. 살아 숨쉬는 생명이라는 건 조금 우선순위가 떨어져요. 말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면 레제에게 가서는 가만히 헤엄치는 걸 구경이나 할 것 같네요. 그저 그뿐, 동등한 객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5. 레제는 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 검 7 역방향

알 수 없는 사람. 한껏 교활한 것 같다가도 일차원적인 사람. 늘 어두운 눈을 하고서는 무엇을 읽어낼 수 없는 사람. 어쩐지 불안해 보인다고 느껴요. 진은 스트레스 받지 않을 때도 가끔 레제를 찾았지만, 그럴 때에도 레제는 평소에 진이 스트레스 받은 걸 눈치챕니다. 속이 빈 탑 같은 느낌이에요. 겉으로는 몹시 강인하지만 속이 채워져 있지 않아 어떻게 무너질지 모릅니다. 가끔 서글픈 낯으로 레제를 쓰다듬을 때 레제는 생각합니다.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거지? 진이 제게 하는 말들을 모두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인간의 언어를 몇 배운 레제는 진이 높은 지위의 인물임을 단번에 알아챕니다. 그렇다고 레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지만요.

6. 레제는 진의 성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 지팡이 9 정방향

암시장에서 겪은 물리적, 심리적 상처가 치료되는 시간일 것 같습니다. 탁 트인 풍경과, 암시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깊은 수영장. 좋은 수질까지 환경 하나하나가 좋아요. 진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람들도 찾아옵니다. 다만 레제에게 손대면 진이 화낼 게 뻔하니 수영장 청소를 조금 하는 정도지요. 레제는 그 많은 사람들이 하는 제 이야기를 듣습니다. 예쁜 인어, 착하다, 상냥하다. 좋은 말만 듣고 살고 있어요. 가끔 듣는 나쁜 말이라면 진이 신하들 뒷담화를 하는 건데, 이건 자기랑은 상관 없는 일이라고 넘깁니다. 영양 가득한 식사를 하며 풍족하게 지내고 있어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게 가끔 들려온 행복이라는 단어에 가깝나? 생각해요.

7. 레제는 인간이 되고 싶어할까? * 마법사 1 정방향

영원한 생명의 상징. 회전하는 인생. 모든 것의 시작점을 나타내는 카드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되고 싶어합니다. 레제는 인간이 주는 무궁한 가능성을 사랑하게 됐어요. 암시장에 있을 때 그들이 느끼는 불안과 우울, 분노. 성으로 와서 느낀 행복과 희망, 즐거움. 이 모든 걸 이해하고 싶어집니다. 성 안의 사람들이 말하는 걸 보고 조금씩 제 굳은 혀를 굴리기 시작해요. 그렇게 뱉은 첫 단어는 인간입니다. 조금의 연습을 거쳐, 처음으로 뱉은 문장은 ‘인간이 되고 싶어’ 고요. 인간이 되고 싶다고 결심한 레제는 의욕적입니다. 인간, 인간. 진이 올 때마다 새는 발음으로 이야기해요.

8. 진은 그 사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 악마 15 역방향

진은 처음에는 이 사실을 꺼립니다. 레제를 혼자만의 안식처로 생각해왔는데, 사실 말하고 생각할 줄 아는 생물이었으니까요. 진은 조금 답답합니다. 나는 그럼 안정을 찾지 못하나? 내가 마음 놓고 있을 수 있는 곳은 어디지? 하지만, 어느 날 레제의 한마디에 그런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진. 예뻐.” 레제가 진의 눈을 보고 말한 한마디에, 진은 대답합니다. “나는 잘생겼다고 하는 거야.” 그날부로 진은 이 인어를 인간으로 만들 결심을 합니다. 실패에 대한 생각은 일부러 하지 않기로 하고요. 이 인어가 이렇게 원하는데, 한 번쯤은. 이라는 마음입니다.

9. 레제는 물거품이 될지 * 검 12 정방향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레제는 승리합니다. 레제의 소중한 걸 잃는다 하더라도 레제는 인간이 될 거예요. 물거품은 먼 미래의 일입니다. 가까운 미래를 보면 레제는 인간이 됩니다. 아무 것도 잃지 않은 채로 말하고, 앞을 볼 수 있고, 걸을 수 있는 인간이 되어요. 그렇게 진과 함께하지만 레제는 늙지 않습니다. 진의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옆자리를 지켜요. 그러던 어느 날, 진이 나이들어 자연사하는 날 레제는 속삭입니다. 당신이 혼자 가는 건 너무 외로운 일일 거라고. 그날 둘은 사이좋게 손을 맞잡은 채 물거품이 됩니다. 어찌 보면 수명을 내어주고 물거품이 되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한날 한시에 생을 다하게 되는 둘입니다.

10. 이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 * 지팡이 14 역방향

기울어져 가는 세계입니다. 세기말이라고도 볼 수 있겠어요. 하늘에는 거대한 토성의 고리가 보이고, 노을은 연보라빛으로 집니다. 환상이 뒤섞인 세계라고도 볼 수 있겠어요.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만 동시에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겪습니다. ‘진짜’로 서로를 믿는다는 건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언제든, 누구든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숲이 불타면 바닷가로 이사하고, 쓰나미가 닥쳐오면 산으로 갑니다. 낙관적인 태도가 세계를 덮고 있어요. 그 속에서 레제와 진은 어딘가 엇나간 인물입니다. 세계의 지향과 조금 엇갈려있어요. 진은 환상을 거의 믿지 않고, 레제는 사람을 진심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