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欲

진은 레제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정돈해 주는 일에 재미가 들린 지 오래였다. 「부드러워. 좋은 향기도 나고.」 「진 군이 관리해 줘서 그래. 진 군만 봐주지만.」 진은 예전에도 지금에도 레제를 살피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 이제는 필수가 아니게 되어버린 세공에도 공을 들였다. 레제를 침대에 눕힌 이후, 청소라는 진부한 핑계로 몇 되지 않는 가닥들을 손바닥에 그러모아 서랍장 속 상자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손발을 봐준 게 언제였지.」 「얼마 안 된 것 같아. 아마도 나흘 전?」 「오래됐잖아.」 괜스레 투정을 부리며 누워있는 레제에게로 다가가 손을 만지작댄다. 손등에 도드라지는 얇은 뼈대를 검지로 세 번 훑은 후 태연하게 손끝을 입에 머금는다.

딱, 딱. 시계조차 없어 서로의 숨소리 말고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던 집에 초침과 비슷한 소리가 울린다. 「앗.」 「아파?」 「살이⋯.」 「거짓말.」 이런 건 이상하려나. 어쩌면 이런 거에 반감을 가지지 않는 내가 진 군보다 더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진은 레제의 소지를 입에 문 채로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입을 뗄 무렵에는 더 이상 입안에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치 인신공양 같았다. 나를 바칠 테니 사랑해 줘. 양손을 전부 내어준 이후 발목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발끝이 움찔거렸다. 「간지러워.」 「레제는 간지럼 안 타잖아.」 진이 눈썹을 추켜올리자 레제는 얇은 팔로 얼굴을 가렸다. 「거짓말이 아니라⋯.」 틈새로 흑색의 머리칼이 보였다. 진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진은 레제의 발목을 한 손으로 잡아 들어 자신의 가슴팍에 발을 올렸다. 그러고는 발 끝에 입을 맞췄다. 「아프다면, 이거로도 만족해.」 「변태.」 「그래서 싫어?」 발목을 쥔 손에 힘을 준다. 이 정도 악력은 레제에게 있어 가소로울 뿐이었으나, 무엇을 원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똑같이 발에 힘을 주어 가슴팍을 밟는다. 「좋아.」 진은 만족한 듯이 레제를 끌어안았다. 「레제의 손도 발도 전부 내 거인 게 당연하잖아.」 「응, 전부 다 진 군 거야.」 「내 거니까 내가 확실하게 정돈해 줘야지.」 레제를 이루는 모든 것들은 진의 소유였다. 레제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죄책감과 추악함까지도 전부 씹어 삼켜 주기를 바랐다. 진이라면 그조차도 기쁘게 먹어줄 것이라는 사실이 불쾌했다. 진 군이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못 돼⋯. 지금껏 그래왔듯이 보잘것없는 열등이 또 다른 열등의 체내에서 소화되었다.